나는 원래 기록을 잘하는 사람이었을까, 못하는 사람이었을까.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웬만한 것은 외우는 습관이 있었다. 전화번호도 몇 번 듣고 외워두는 편이 적어놓는 것보다 편했다.물론 다 외울 수는 없으니 메모도 했다.부지불식간에 받은 전화번호를 아무 종이에나 적기도 하고, 아예 커다란 종이를 테이블에 깔아놓고 그때그때 필요한 것을 적기도 했다. 문구점에 가면 작은 노트에도 자꾸 손이 갔다.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사서 열심히 적는다.문제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 노트를 까맣게 잊고 또 다른 기록을 시작했다. 예전에 적어둔 전화번호를 발견하고도 이게 어디 번호인지 몰라 한참 들여다본 적도 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새 노트에 쓰기도 하고, 지난 다이어리의 빈 곳을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