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청키북 모듈은 여전히 오랜 시간 창고에 묵히던 상자들을 정리하며 만들어졌다. 상자를 하나씩 열다 보니 예전에 열었던 개인전 리플렛과 민화 작업 사진, 출력해 두었던 이미지들, 그리고 한동안 받아보던 작은 월간지가 함께 나왔다. 잊고 있었는데 종이들은 묵묵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 무렵에는 아주 큰 그림을 그렸지만 지금은 사진 몇 장과 리플렛만이 그 시간을 대신하고 있다. 한 장을 접어 만든 리플렛을 다시 펼쳐 보았다. 그림보다 먼저 읽힌 것은 글이었다. 분명 내가 쓴 글인데도 처음 읽는 것처럼 낯설고 부끄럽다. 하지만 몇 줄 읽다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쓰던 언어와 바라보는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자라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출력해 두었던 종이..